1년 전에 이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법률은 ‘법을 아는 자’와 ‘법을 모르는 자’ 간의 지식 비대칭이 너무 심해 이를 막기 위한 규제 또한 상당한 영역입니다.
사람들이 법을 생각보다 ‘너무’ 모르기 때문에 이런 간극을 줄여보고자 변호사와 고객을 연결시키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영상에서 소개하고 있죠.
소비자와 전문직의 연결비용을 줄여준다는 플랫폼.
언뜻 보면 소비자와 전문직, 플랫폼 모두에게 이득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전문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플랫폼들의 등장은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법률 플랫폼은 독이 든 성배
접근성 좋은 서초 법조타운에는 이미 수천, 수만명의 법률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경쟁중입니다.
무료 상담은 물론이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그렇다고 이분들이 오프라인 영업에만 집중하지는 않습니다. 온라인 마케팅/광고도 활발히 하면서 접근성 낮은 지방 사업자도 고객으로 확보해나가고 있습니다.
즉, 위 영상에서 강조하고 있는 ‘연결의 필요성’은 고객에겐 해당되지 않습니다.
이미 법률사무소/법인의 접근성도 충분히 낮거든요. 네이버에 ‘기업 법률상담’ 이라고 검색만 해도 수많은 파워링크와 블로그 광고가 나오니까요.
고객입장에서는 다이렉트로 법률법인 혹은 사무소에 전화 한통 넣으면 끝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중소중견 사업자가 굳이 법률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바로 저렴한 수임료 때문입니다.
플랫폼을 활용하고 계신 전문직 분들은 이미 고객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입니다.
어려움이 없다면, 플랫폼을 활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왜 굳이 일정 수수료를 플랫폼에 빼앗기며 법인(사무소)를 운영해야 하죠?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직접 영업해서 고객을 데려오면 되는 일인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직 분들이 수수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여전히 플랫폼에 ‘의존’하는 이유는 플랫폼 없이 스스로 고객을 모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즉, 혼자서 비즈니스적으로 자립할 수가 없다고 봐도 되겠지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플랫폼이라는 중간 사업자가 끼면 필연적으로 단가도 높아집니다.
그럼에도 플랫폼에는 저렴한 상담/수임 비용으로 치킨게임을 벌이고 계신 전문가분들이 많습니다.
사실상 플랫폼이 전문직 분들을 착취하고, 저가 경쟁으로 몰아넣고 있는데도 그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죠.
그러다가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요?
매년마다 법률 전문가분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걸요.
결국 법률 플랫폼은 전문직분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진짜 문제는 플랫폼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낮은 ‘비즈니스 자립력’ 때문입니다.
광고/마케팅 대행사는 다를까?
개업을 준비하시는 법률 전문직 분들은 온라인 광고를 많이 생각하시죠?
그래서 내 실력을 잘 알려주고, 고객을 끌어올 수 있도록 도와줄 광고/마케팅 대행사를 찾아봅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이런 분들중 대부분은 실력있는 마케팅 대행사를 구별할 수 있는 실력이 없습니다.
정말 실력있는 마케팅 대행사를 만난다면 정말 운이 좋은 것이겠지만 대부분은 개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의 피같은 돈을 더 쓰도록 유도할 뿐입니다.
당장 대행사가 어떤식으로 일을 진행하는지, 일을 잘 하고 있는지 평가할 줄 아시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까요?
대행사를 컨트롤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면서 매월 대행비만 상납하면서 시간과 돈 낭비했다고 하는 분들 너무 많이 봤습니다.
그런데도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체감조차 못해요.
대행사에 광고와 마케팅을 맡기는건 사업 주도권을 스스로 넘겨주는 것과 같습니다.
대행사가 없으면 곧바로 문의수가 급감하고, 매출이 안나오는 구조가 지속되면요? 대행사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의뢰할 땐 갑이었는데, 막상 의뢰하고 일을 진행하고 보니까 자연스레 을이 되어 있어요.
대행사 없으면 고객 못모아서 사무소 문 닫아야 하거든요.
결국 플랫폼과 대행사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들이 없으면 혼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걸 ‘비즈니스 자립력이 없다’라고 표현합니다.
개업을 하는 순간, 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분은 모두 한 명의 사업가가 됩니다.
그런데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바로 브랜딩/마케팅 능력입니다.
전문가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고, 자신의 실력을 알릴 수 있는 능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호기롭게 시작했다가 망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을 깨닫고, 조금이라도 생존하기 위해 플랫폼과 광고/마케팅 대행사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갇힌다는 것. 이것 자체가 진짜 비참한 겁니다.
능력있는 사업가일수록 자신이 꼭 쥐고 있어야 하는 영역을 놓치지 않습니다.
치열해진 법률 시장에서 나 자신을 알리는 브랜딩과 마케팅 능력이야말로, 비즈니스 자립력이며 법률 전문가분들이 가져야 할 새로운 전문성입니다.